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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영양실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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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정규 작성일2006.01.05 조회1,4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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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영양실조라고!"

현장칼럼

김남균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술렁거림은 흥분으로 바뀌고 뭔가 일을 낼것 같은 분위기로 바뀐다. 이유를 알아보니 한 조합원이 급하게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것이다.

이 조합원은 3명의 자녀와 늙은 노모를 모시고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해고된 뒤에는 동사무소에서 지원되는 기초수급생활지원비가 유일한 수입원인 상태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졌다고 조합원에게 알려졌다.

이 소식은 같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조합원들을 이내 극도의 흥분상태로 빠트렸고, 거대기업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독설이 쏟아내게 한다.

병원의 정확한 진단결과가 나와야 이 조합원이 쓰러진 이유를 알수 있겠지만, 하청노동자들의 생계고는 이만 저만 여러운게 아니다.

하이닉스 정문앞에 피워진 깡통난로 옆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조합원들이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이들이 처한 상태를 금방 알 수 있다.

난방을 위해 보일러를 틀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며, 전기마저 끊어졌다는 얘기며, 하나 하나 아픈 사연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이니 “영양실조로 아무개가 쓰려졌다”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말 한마디에 하청조합원 전체로부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남의 얘기가 아니고 바로 내 이야기고 정말로 처참한 이야기인 것이니 말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청주지검은 하이닉스 하청노동자 30여명에게 1억원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했다. 당장 먹고 살 ‘먹을거리’조차 번거로운 상황인데 1억원에 가까운 벌금은 완전 날벼락이다.

내가 몇해 전에 청주교도소 잠깐 있을 때다. 강도 미수 혐의로 들어온 사내를 그곳에서 만났다. 나는 물었다. “왜 아저씨는 칼을 들었어요.” 그사내는 답했다. “당신도 끼닛거리가 떨어져 봐요. 당신 같으면 앉아서 처자식 굶겨 죽일거요. 잘난체 하지마세요. 당신도 내사정되면 나랑 똑같을 건데 뭘…”

사람사이의 다툼과 집단적 사회적 다툼은 분명 그 경우와 원인이 다르고 그 해법 또한 달라야 한다. 집단적 사회적 갈등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그렇다면 그 해법도 사회구조적 문제를 바꾸는데서 찾아야 한다. 그걸 보지않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과도하게 묻고 궁지로 몰아넣으면 그 칼날은 사회로 돌아오게 돼있다.

나는 오늘 한 하청노동자의 안타까운 소식속에서 사회와 거대기업에 대한 저주어린 분노로 요동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지금, 우리 사회와 거대기업은 궁지에 몰린 하청노동자들을 자꾸만 벼랑끝으로 몰고가는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 결과에 대한 뒤책임은 분명 우리사회구성원에게 돌아올것이라 한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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